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5-05-23 | 조회수 : 26 |
모처럼 아내가 만족스러워 한 황장산 산행
2025. 1. 11.(토) 춥고 맑음
보은서 7시 30분쯤 떠났다.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다. 화북, 농암, 문경을 거쳐 황장산이 있는 생달리까지 가는데 기온은 계속 더 떨어졌다. 식곤증이 밀려와 도중에 차를 세우고 10여 분 눈을 붙이니 개운해졌다. 아내도 단잠을 잔 듯했다. 문경 읍내를 지나며 바라본 잣밭산 모습이 특이하여 눈길을 끌었다. 꼭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황장산은 전에 아내, 성찬이와 함께 잔대와 더덕을 캐고 당귀를 뜯던 산과 이웃하고 있어 낯설지 않았다. 아내와 봄철에 당귀를 뜯으러 다시 오자고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산악회 버스 한 대가 우리를 지나쳐 너른 공터에 서더니 사람들을 하나둘 토해냈다. 이들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올랐다. 우린 오른쪽 계곡 길(우문골)을 따라 갔다. 계속 돌길이었다. 겨울 산행의 초반은 아직 몸이 달아오르지 않아 손발이 무척 시리다. 호흡을 가지런히 하며 천천히 올랐다.
뒤따라오던 아내가 허기진다며 뭐라도 먹고 가자고 한다. 아침을 먹었어도, 두 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온 게 조금은 기운을 빼앗은 것 같다. 나도 허기가 졌다. 따뜻한 차와 함께 초콜릿과 귤을 먹었다. 아이젠을 차니 산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 아내는 아이젠이 무거워 힘들다고 하였다. 아이젠이 없으면 미끄러짐 때문에 훨씬 더 힘들다. 아내는 지난여름 문장대에 다녀오고 심하게 몸살을 겪은 후 반년만의 산행이다.
계곡은 물론 비탈에도 물이 다양한 크기로 얼어 있었다. 길 한 곳에는 비탈에서 얼었던 얼음 덩어리가 바닥에 쏟아져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낙석처럼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선을 얼마 앞두고는 경사가 꽤 되었는데, 지그재그 형태로 길게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 숫자를 세며 천천히 올랐다. 아내도 뒤에서 쉬엄쉬엄 따라왔다. 한 부부가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올라간 능선은 백두대간이다. 왼쪽으로 황장산, 대미산, 포암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벌재를 지나 멀리 소백산으로 이어진다. 벌재 쪽은 못 가게 막아놓았다. 능선 너머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옷을 여미고 황장산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정상(1077m)에는 산 아래에서 본 산악회 팀이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다른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큰 바위에 큰 글씨로 산 이름을 적은 표지석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탐탁하지 않았다. 정상은 나무들 때문에 조망도 좋지 않아 우린 그대로 지나갔다.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서쪽으로 멀리 월악산 영봉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눈 쌓인 소백산이 멋진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없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었다. 보온 통에 담아온 따듯한 밥과 갓김치, 초고추가 꿀맛이었다. 냉동실에 있던 것을 가져온 인절미는 아직 다 녹지 않아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체하지 않으려고 꼭꼭 씹어 먹었다.
작은차갓재에서 대미산 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도 막아놓았다. 작은차갓재에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 달리 평탄한 흙길이었다. 산행 막바지에 이런 길을 만나면 무척 반갑고 고맙다. 산행을 흐뭇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와인동굴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니 왼쪽에서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녀석들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하니 그때까지 짖지 않던 어미 개가 짖어댔다. 내가 새끼들을 해칠까 두려웠나 보다. 카메라를 내리고 발걸음을 돌리니 어미 개도 바로 짖는 것을 거두었다. 처음부터 아주 멀리 끝까지, 무조건 사납고 우악스럽게 짖어대는 개와는 차원이 달랐다.
산행은 세 시간 남짓 걸렸는데 아내도 만족스러워해 다행이었다. 아내도 같이할 수 있는 이런 산행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본 황장산 촛대바위를 기대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바위는 우리가 간 산행길이 아니라 입산이 통제된 벌재 쪽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올 때는 연풍, 괴산을 거쳐 왔는데 그 길이 더 편하고 시간도 덜 걸렸다.